2024. 7. 6. 23:00ㆍ카테고리 없음
혹시,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민 케인> 이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저는 대학 때 학교에서 보게 된 이 영화를 계기로 이 집에 대해 알게 되었답니다.
<시민 케인>은 미국 최고의 미디어 재벌 중 하나였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인물의 생애를 다룬 만큼 영화 속에서 "제나두"라 불린 엄청나게 화려한 그의 집이 자주 등장하기에 더 허스트 캐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대학 졸업 여행으로 친구와 캘리포니아를 찾은 김에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1번 도로를 타고, 허스트 캐슬을 찾았습니다. 그게 벌써 17년이 지났네요. ㅜㅜ

어쨌든 그때 너무 멋있게 봤던 그 집을 많은 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그때 찍었던 사진도 남아있는 게 없어, 지난달에 조금 무리해서 다시 방문하게 되었고, 지금부터 후기와 방문 안내를 공유해 보도록 할게요.
17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1번 도로를 지나면서 가볍게 들러 올라가 가든에서 사진 찍고 내려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 가려고 보니 무조건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해야 갈 수 있었습니다. (개인 방문 불가)
허스트 캐슬의 역사
허스트 캐슬은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가 산 시메온이라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1919년 착공하여 1947년에 완성되었고, 중세 유럽의 성을 해체하여 미국으로 공수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건축가 줄리아 모건이 많은 부분 참여해 만든 이 성은 허스트 사망 후 허스트 코퍼레이션이 1957년에 캘리포니아 주에 기증 했고, 입장료 수입으로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약 1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무위키 내용 참고)
또한, 개인 소유로는 가장 큰 규모의 동물원도(곰, 사자, 얼룩말 등 300여 마리의 동물) 소유하고 있었으나 재정악화로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방문 정보
운영 시간: 허스트 캐슬은 연중무휴(공휴일 제외)로 운영되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휴일이나 특별 이벤트가 있을 경우 운영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장료: 성인 입장료는 약 $30, 어린이는 약 $15입니다. 특별 투어나 이벤트가 있을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치: 허스트 캐슬은 캘리포니아주 산 시메온(San Simeon)에 위치해 있으며,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약 230마일,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약 250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차로 약 4~5시간이 소요됩니다.
예약 방법
원하는 날짜의 60일 전부터 아래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고, 투어 프로그램이 다양하므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예약하시면 됩니다.
투어는 그랜드 룸 투어 / 위층 스위트 투어 / 코티지 및 주방 투어 / 줄리아 모건 투어 / 홀리데이 트와일라잇 투어 / 집을 건설하던 초기 과정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디자이닝 더 드림 투어 / 프라이빗 투어 / 휠체어 사용자 용 그랜드 룸 투어 / 휠체어 사용자 용 홀리데이 트와일라잇 투어로 세분화돼 있습니다.
각 투어는 기본 70분 정도에 $30부터 4시간에 $1,000 하는 프라이빗 투어까지 다양한 선택 옵션이 있습니다.
보통 그랜드 룸 투어를 처음에 많이들 예약한다 하여 저도 그랜드 룸 투어를 예약하고 갔습니다.
예약을 하고 가도, 방문객 센터에서 체크인 후 팔찌 같은 걸 받은 후 같은 시간대 예약한 사람들과 함께 셔틀버스를 이용해 올라가야 했습니다.

10분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드넓은 언덕들에 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가이드가 버스 앞에 기다리고 있다 인솔해 올라갔습니다.
시작은 제가 17년 전에 사진 찍고 갔던 멋진 수영장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수영장 너머로 바다도 보였던 것 같은데, 이른 아침이라 안개가 자욱해 바다는 볼 수 없었습니다.

수영장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 주셨는데, 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으면 기부금을 내는 회원이 되거나 성(Last Name)이 허스트(Hearst)면 가능하다고 얘기하셔서 다들 웃었는데요. 종종 자손들이 가족 모임이나 일정이 있을 때 와서 사용하고는 한다네요. 사회에 환원했어도 그 정도 혜택은 당연히 가져도 되겠지요.
넓은 정원을 옮겨가며 관련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셨는데, 가이드분께서 위트 있게 얘기를 해 주셔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정원에 있는 바닥 타일 하나까지도 건축가 줄리아 모건이 엄청나게 신경 써서 만든 비싼 것이라는 얘기부터, 별채에서 지냈던 셀럽들의 이야기까지 수많은 셀럽들이 드나들던 화려하고 멋진 집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상속받은 땅에 본인이 추가로 구매한 땅까지 포함해서 이 지역에서 최대 3백만 평이 넘는 대지를 소유했다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3백만 평이면 서울보다 1.67배 정도 큰 크기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 광활한 땅에 동물원까지 만들었었다는데, 지금은 얼룩말 정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땅도 많이 처분했고, 일부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매입해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외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를 지나 오늘의 메인 투어 장소인 카사 그란데 건물 앞에 왔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스페인 단어들을 아는데, 카사(Casa)=집, 그란데(Grande)=큰, 이니 큰 메인 빌딩이라 그렇게 명명한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는 리셉션, 거실, 메인 식당, 실내 수영장 등 주요 시설들이 있고, 이 집에 초대된 방문객들의 모든 식사는 이곳에서 하게끔 되어있었다고 하는데요, 카사 그란데는 6만 8500 스퀘어 피트의 규모에 휴게실, 당구장, 극장, 도서관, 식당과 38개의 침실과 42개의 욕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다이닝 룸(식당)으로 옮겨 갔는데요. 넓은 공간에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 긴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오전 9시~정오까지 조식 뷔페 느낌으로 아침을 제공하고, 저녁 식사는 9시에 제공했는데, 어떤 셀럽이 오든 9시 저녁 식사는 모두 참석해야 하는 룰이 있었다고 합니다.
집 주인 허스트 씨는 항상 테이블의 양쪽 끝이 아닌 중간 어디쯤 앉는 걸 선호했다는데, 양옆으로 셀럽들 사이에 앉아 대화를 누리는 걸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당대 최고 스타인 찰리 채플린, 클라크 게이블, 캐리 그랜트 등뿐 아니라 윈스턴 처칠, 조지 버나드 쇼, 월트 디즈니 등 각계 인사들도 이곳에서 식사를 했다니 새삼 더 대단하고 신기했습니다.

주로 자연광만을 사용해서 꽤 어두웠던 다이닝 룸


다이닝 공간 다음 방은 식사 후 모여 놀았다는 공간



라디오도 매우 귀했던 시대였다는데, 이 집에만 3대의 라디오가 있었고, 주파수 맞추기 힘들다며 3대를 다 다른 주파수로 항상 켜 놓았다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그밖에 집에 엘리베이터도 있었다는 얘기와 총 45대의 벽난로가 있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없었다는 얘기도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실내 수영장을 끝으로 70분가량의 투어가 끝났습니다.
사실 적당히 사진과 영상이나 담고 오려던 처음의 계획이 강제 투어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혼자 불평을 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투어가 알차고 재밌었습니다. 사진만 찍고 왔으면 몰랐을 재밌는 뒷이야기들을 들었으니까요.
단,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투어 끝에 잠깐 혼자 둘러보며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아 기대했는데, 버스 내릴 때부터 다시 탈 때까지 가이드가 인솔하며 계속 얘기를 해서 생각보다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못 찍은 게 아쉽습니다. 올라가는 버스에서 나오던 안내에 얼핏 한 번 지나간 장소는 다시 갈 수 없으니 잘 보라고 했던 게 마음에 걸려 짬 날 때마다 좀 찍어둔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다시 내려와 영화관에서 관련 영화 보는 것까지 투어에 포함이라고 하는데, 저는 다음 일정이 많아 포기하고 떠났는데요. 바다같이 넓은 방문객 센터에 화장실을 수리 중이라 야외에 일회용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해서 당황했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여전히 멋있었던 허스트 캐슬이었고, 나름 재미있었던 투어였습니다. 캘리포니아 1번 국도로 여행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