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0. 12:30ㆍ카테고리 없음
안녕하세요. 오늘은 작년 봄에 다녀온 그랜드 캐년에서 캠핑 한 후기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캠핑 가면 이런저런 것들로 힘들어하는 인간 유형인데도 불구하고 캠핑의 분위기는 또 좋아해서 간간이 캠핑을 저질러 보고는 하는데, 작년 9박 10일 서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숙박비도 절약하고 서부를 만끽하기엔 캠핑만 한 게 없을 것 같아 이틀을 캠핑장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루를 그랜드 캐년 (aka 캐니언)으로 예약을 하게 되었는데, 그랜드 캐년은 2016년에 사우스 림으로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 이번엔 웨스트 림이나 노스 림을 가 보고 싶었으나, 가장 괜찮은 캠핑장이 사우스 림에 있다 하여 또 한 번 사우스 림에 가게 되었습니다.
위치
그랜드 캐년은 웨스트 / 사우스 / 노스 림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서쪽의 웨스트 림은 라스베가스 중심부에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지만, 사우스나 노스와 달리 Hualapai 부족이 운영하고 있어 국립공원 패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사우스 림은 라스베가스에서 차로 4시간 반 정도를 가야 하지만 국립공원 패스도 사용할 수 있고, 세 군데 중 최대 규모로 다양한 포인트들에서 즐길 수 있고, 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 차량 운행도 편리하고, 주차, 식사, 숙박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편리하게 그랜드 캐년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입장료
입장료는 차량 한 대당 35달러이고 7일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원 밖에 숙소가 있다면 일주일간 왔다 갔다 하면서 사용할 수 있겠지요. 현금은 받지 않고, 미국에서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만 받는다고 합니다.
저희는 가기 전에 국립공원 연간 패스를 사서 서부 여행 내내 많은 국립공원에서 사용했는데요, 국립공원을 3군데 이상 가실 계획이신 분들은 무조건 구매하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80라 3군데만 가도 이득입니다.

공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보통 국립공원 패스를 줄 때 ID (신분증)도 같이 달라고 하므로 미리 준비해서 패스와 신분증을 함께 전달하면 빠르게 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 캠핑장
사우스 림에는 마더 (Mather Campground) / RV 파크 (Trailer village RV Park) / 데저트 뷰 (Desert View Campground) 이렇게 세 개의 캠핑 장이 있는데, 저희는 가장 규모가 크고 연중무휴로 운영한다는 마더 캠프 그라운드로 예약을 했습니다. 마더 캠핑장은 총 327개의 사이트에 쓰레기 장, 샤워장, 빨래방 등도 갖춰져있지만 데저트 뷰 캠핑장은 총 49개의 사이트에 쓰레기 장이나 빨래방도 없이 좀 더 열악한 환경인 것 같기도 했고, 어차피 두 군데 모두 캠핑장에서 캐년이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마더를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데저트 뷰 캠핑장에서는 유명한 데저트 뷰 타워가 도보 10분 거리라 산책 나가 캐년 볼 수 있는 상황이니 데저트 뷰 캠핑장을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마터 캠프그라운드
1 Mather Campground Rd, Grand Canyon Village, AZ 86023 미국
마더 캠핑장은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인기가 많아 몇 달 전에는 예약을 해 둬야한다 들어 여행 가기 대여섯 달 전에 예약을 마쳤습니다. 페밀리 사이트로 차량 두 대와 6인까지 지낼 수 있는 사이트를 18달러에 예약했습니다. 18달러도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하다 생각했는데, 걷거나 자전거로 온 사람들은 $3~$6에 지낼 수 있는 옵션도 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20대라면 자전거 여행도 해 보고 싶어지네요.
예약 안내
https://www.nps.gov/grca/planyourvisit/mather-campground-south-rim.htm
체크인
매더 캠프 그라운드는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 근처에 있어 찾기 편했습니다. 입장 후 구글 맵에 찍은 대로 따라가니 체크인 스테이션이 나와 간단히 체크인과 사이트 안내를 받았습니다. 체크인 스테이션 주변에는 코인 빨래방과 같이 있는 샤워장, 그리고 덤프 스테이션이 있었는데, 큰 캠핑장에 딸린 것치고는 조금 작아 보이기는 했습니다.

사이트 위치 및 시설
마더 캠핑장은 총 일곱 개 정도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은데, 저희는 각종 시설과 가장 가까운 아스펜 루프 48번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캠핑 사이트도 자리를 잘 잡아야 여러모로 편했던 예전 기억을 떠 올려 입구, 화장실, 쓰레기장과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냄새 주의) 않고, 이웃 사이트와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며 나무 그늘이 있는지, 주차는 용이한지 등을 고려해서 예약을 했습니다.
도착해 보니 주차도 편리하게 대고 나갈 수 있게 돼 있고, 공간도 아주 넉넉했으며 사이트마다 피크닉 테이블과 캠프파이어 및 바비큐를 할 수 있는 링이 갖추어져 있어 좋았습니다.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넘어 도착했기 때문에 서둘러 텐트부터 쳐 보았는데요. 본가에 캠핑 용품이 많지만, 가져올 기회가 없어 오기 전에 급하게 아마존에서 구매한 캠핑 용품들을 펼쳐보았습니다.

일단 2인용 텐트를 서둘러 치고, 발로 밟아 공기를 넣는 에어 매트리스도 깔아두고는 일몰을 보기 위해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에서 가장 유명한 일출/일몰 포인트 중 하나인 마더 포인트 (mather point)로 향했습니다. 캠핑장에서 차로 5분 (도보 30분)으로 매우 가까웠습니다.
마더 포인트는 파노라마로 넓게 볼 수 있어 캐년의 광활함을 한껏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어마 무시하게 큰 곳입니다. 공원 들어오기 전에 미쳐 찍지 못했던 공원 간판도 이곳에서 찍을 수 있었고요.

전에 한 번 와 본 곳인데도 일몰은 처음이라 그런지 다른 행성에 온 듯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게 하는 마더 포인트였습니다.



유명한 만큼 사람들이 많아 좋은 스폿에서 감상하기 좀 힘든 면도 있었지만, 트레일을 따라 조금만 옆으로 가면 안전바가 없어 위험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의 풍경을 즐기기에 충분한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해가 지자 빠르게 어두워져 서둘러 캠프 사이트로 돌아왔는데요. 이미 캄캄해진 캠프 사이트에서 서둘러 저녁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조금 귀찮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캠핑에는 또 바비큐가 빠지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파, 버섯 등 씻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생각해 보니 미쳐 조리대 같은 게 있나 찾아보지를 못했더라고요. 급하게 안내받은 종이와 인터넷에 마구 검색을 해 보았는데, #텐트밖은유럽 같은 데서 봤던 조리 시설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ㅜㅜ 미국에서 몇 번 갔던 캠핑장에서 다 못 봤던 것 같기는 하지만 여기는 워낙 큰 시설이라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다가 많이 당황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어 일단 생수로 살짝 헹구고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바비큐도 거기 있는 링에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로울 것 같아 미리 언니의 추천으로 휴대용 숯불 세트를 사 갔는데요. 이렇게 알루미늄 트레이 안에 숯이 들어있고, 불만 붙이면 되는데, 불도 쉽게 붙는다 하여 사 보았습니다.

정말 불도 빨리 붙고 사용하기 간편했는데, 저희 사용방법이 잘못된 건지 원래 그런 것인지 숯이 들어있던 종이 탄내가 고기에 잔뜩 붙어 맛있는 숯불고기가 아닌 탄 고기 맛이 나서 매우 찝찝했습니다. 숯과 종이를 충분히 태우고 잔열로 구웠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
#칼솟타다 도 하겠다며 야심 차게 소스까지 사 갔는데, 미국 마트에서 대파를 못 구해 쪽파로 하는 바람에 칼솟도 실패했고, 여러모로 아쉬운 저녁식사였지만 그런대로 캠핑의 재미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무가 울창한 곳에 위치한 캠핑장이라 그런지 4월 말인데도 추워 파이어 링에 장작을 넣고 불도 피워보았는데요. 장작이 은근 불 붙이기가 힘들어 착화제나 토치 등이 필요한데, 언니가 불 잘 붙는 장작을 찾아서 미리 구매해 간 덕에 아주 쉽게 불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장작을 포함해 로드트립과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해 뒀다 라스베가스 도착하자마자 근처 월마트에서 픽업해 장 보는 시간도 절약하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내돈내산 - PPL 아님 주의)
만약 미리 준비를 못 해 왔더라도 캠핑장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빌리지 마켓에서 장작은 물론 이소가스도 구매할 수 있고, 각종 식재료와 커피, 샌드위치 등 간단한 먹거리도 구매할 수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식사를 막 시작했을 때가 9시였는데, 에티켓 시간이 10시부터라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치웠는데요, 미국 캠핑장, 특히 그랜드 캐년에도 야생동물이 많아 음식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잘 치우지 않으면 동물이 몰려올 수 있으므로 꼼꼼히 싸서 차 안에 두고 텐트로 들어갔는데요. 세상에나... 이글루가 따로 없네요!
사계절 텐트라고 해서 샀는데, 보니 옆이 방충망으로만 돼 있어 바람이 다 들어오는 구조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플라이라도 좀 딱 붙여 박아서 바람을 좀 더 막았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습니다.
한밤중에 팩질을 할 수도 없고 그냥 자야지요... ㅜㅜ
핫팩을 10개는 뜯어 온몸에 넣고 패딩에 침낭까지 있었는데도 입이 돌아갈 것 같아 잠을 못 자는 와중에 저녁 먹은 것까지 급체해 불면의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겨우겨우 밤을 보내고,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5시에 나와 일출을 보러 갔습니다. 어차피 잠도 안 오고, 언제 또 그랜드 캐년에서 일출을 보겠나 싶어 어제 갔던 마더 포인트로 다시 향했습니다. 다른 포인트를 좀 가 보고 싶었는데 제일 유명한 일출 포인트를 찾으니 또 마더 포인트가 나와 다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호텔들 다녀보면 아침 식사하러 내려오면서도 다들 잠옷 입고 들 많이 가길에 처음으로 수면 바지 입고 나가 보았는데, 여기는 무슨 일인지 잠옷 입고 간 사람이 저 뿐이라 많이 창피했네요.

아침식사도 야무지게 먹고, 체크아웃 후 나가는 길에 사우스 림에 유명한 전망 포인트들도 하나씩 다 들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홀스슈밴드와 엔탈로프 캐년이 있는 페이지로 떠났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번거롭기도 했지만 비교 불가의 저렴한 숙박 비용과 그랜드 캐년을 내 마당처럼 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매력 포인트였고, 살면서 언제 또 그랜드 캐년에서 캠핑을 해 볼까 싶어 감사하기도 했던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날씨에 잘 대비해 옷이나, 텐트 등만 잘 신경 쓴다면 더 즐거운 캠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생애 첫 그랜드 캐년 캠핑 경험을 공유해 보았는데요. 영상으로도 남긴 재밌는 경험이었으니,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영상도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